Farías, Ignacio. “Misrecognizing Tsunamis: Ontological Politics and Cosmopolitical Challenges in Early Warning Systems.” The Sociological Review 62, S1 (2014): 61-87.
이 논문은 2010년 2월 27일 밤 칠레에서 발생한 쓰나미 경보시스템의 실패를 둘러싼 논쟁을 다루고 있다. 특히 쓰나미가 칠레 해안가의 도시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못 인식하여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두 관련기관의 ‘비행위’(inaction)가 구성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냐시오 파리아스(Ignacio Farías)는 쓰나미 경고 시스템 자체가 하나의 연구 장치라는 점에 주목하고 쓰나미 경고를 발령하는 행위와 비행위가 모두 지식구성의 특정한 방식, 즉 인식과 오인(misrecognition)의 과정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인식은 포함될 것과 배제될 것에 대한 선택을 통해 수행된다는 점에서 파리아스는 존재론적 정치로 인식을 잘 기술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쓰나미에 대한 오인이 포함과 배제의 존재론적 정치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오인을 성찰하고 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법은 이전에 배제되었던 실체들이나 목소리들을 쓰나미 경보시스템에 포함하는 새로운 인식을 구성하는 것이 된다. 파리아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배제되었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예측하지 못한 것들의 출현에 개방되어 있는 코스모폴리틱스의 윤리가 요구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파리아스는 몇몇 외적인 원인에 의해서 오인을 설명하기보다는 내적이고 국지적인 네트워크의 문제로 오인을 다루고 있다. 우선 데이터를 측정, 계산, 해석하거나 경보를 내리는 기관들이 각각 분리되어 있어 쓰나미를 제대로 인식하기 위한 정보를 생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또 각 기관이 데이터의 내용과 그 중요성을 상이하게 해석하는 등 대피명령을 위한 정보가 쓰나미 경보 시스템의 네트워크를 매끄럽고 신속하게 이동하지 못했다. 일단 쓰나미 경보를 철회하고 대피명령을 취소한 다음에는, 쓰나미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새로운 정보가 속속 관련기관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결정을 바꾸어 경보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단 결론이 내려지자 결론과 모순되는 새로운 데이터들은 결론에 끼워 맞추어지거나 무시되었다.
칠레의 쓰나미 경보 및 대피명령에 책임이 있는 두 기관은 쓰나미 경보 시스템에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을 피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고, 처음 내려진 쓰나미 경보가 취소된 이후 쓰나미의 가능성을 개방적으로 탐구하지도 않았다. 바로 이 점에서 두 기관의 책임자들이 쓰나미의 인식 과정에서 필요한 코스모폴리틱스의 윤리를 따르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쓰나미 경보와 대피의 실패는 배제되었던 실체와 목소리들에 대한 개방적 탐구와 이들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는 윤리의 위반이다.
이 논문은 재난경보와 대피시스템, 재난 사전대응, 재난지식 생산의 불확실성을 다루는 수업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파리아스의 연구는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 시스템의 조직적, 인식론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강원, 카이스트
—Kangwon Lee,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