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하시 아츠시. 《핵의 나라》(Nuclear Nation). 2012.
후쿠시마현의 작은 마을 후타바에는 “원자력은 우리 마을과 사회를 번성하게 합니다”라는 눈에 잘 띄는 아치형 표지판이 있다. 카메라는 돌무더기, 빈 관공서, 외양간에서 죽고 미라가 된 수십 마리의 소들이 있는 회색 풍경을 주욱 보여준다. <핵의 나라>의 장면들은 원자력의 혜택이라 불리는 것을 고통스럽도록 역설적이게 만든다. 이러한 장면들은 현재 일본의 원전 재난을 한때 희망적이었던 일본 원자력의 과거의 맥락 안에 놓으려는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의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후나하시는 일본과 원자력 에너지 사이의 변해가는 관계를 오직 후타바 주민들의 눈을 통해 관찰한다. 후타바의 시장이 보여주는 오래된 사진들을 통해 우리는 1960년대 후타바 주민들이 도쿄전력과 원자력 발전소 건립계획을 반겼음을 볼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질 때 같이 들어온 정부 보조금은 후타바를 조그마한 농촌에서 주요산업(원자력산업)의 뒷받침을 받는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발전소의 가치는 빠르게 떨어졌고 후타바 시는 거의 파산 상태에 빠졌다. 1990년대에 후타바는 빚더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도쿄전력이 두 개의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큰 보상금을 주기로 하는 약속—결국 이행되지 않은 약속—을 받아들였다. 2011년의 재난에까지 이르는 과거에 대한 묘사는 후타바의 주민들과 지방정부가 여타의 작은 원자력 마을들과 비슷하게 원자력 에너지 업계 및 주요 전력회사들과 맺어온 복잡한 관계를 조명한다.
후나하시는 3/11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바로 직후부터 1년간 후타바 주민들을 따라다니면서 원자력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기록한다. 한 마을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 것이 바로 이 영화의 강점인데, 그럼으로써 후나하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지역사회와 개인의 차원에서 각각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탐색할 수 있었다. 그는 1년간 생경함, 슬픔, 분노를 경험하고 또 놀랍게도 현실을 받아들이며 미래를 낙관하는 몇몇 사람들에 주목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보여준다. 후바타를 강제로 떠나야 했던 1000명이 넘는 주민들은 한 고등학교를 보호시설로 삼아 체육관에서 잠을 자고 도시락만 먹으며 지낸다. 이들이 보는 텔레비전은 항상 재난소식을 내보내는 채널에 고정되어 있는 듯 보이는데 후타바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이후 후타바 주민들은 자민당과 도쿄전력이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다며 시위를 한다. 이러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동안 후나하시는 놀라운 인터뷰들을 담아낸다. 후타바 주민들은 원자력에 의지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그리고 현재 원자력 업계와 정부에 대한 불만이나 자신들에게 남은 선택지에 대한 좌절을 솔직하게 얘기한다. 이들 중 어느 것도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주민들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이러한 서사를 통해 <핵의 나라>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물음은 재난이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가라는 것이다. 후나하시는 관객을 과거로 데려가서 후쿠시마 사고의 잠재적 시작점을 40년전 원자력 발전소가 처음 들어왔을 때로 설정한다. 이 재난이 끝나는 시점은 그리 명확하지 않다. 후나하시는 재난을 1년 동안 기록하면서도 후타바 주민들의 이야기는 끝이 열린 채로, 그들이 새로운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삶은 불확실찬 채로 남겨둔다. 그렇지만 영화의 끝 부분에 이르면 이것이 재난을 이겨내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해진다. 이것은 한 공동체가 붕괴하고 유령도시가 만들어지는 이야기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에 대해, 지난 40년간의 일본 원자력의 역사에 대해, 또는 더 넓게 재난의 본질에 대해 알고 싶은 교육자와 학생들에게 <핵의 나라>는 탁월한 선택이다.
상영시간: 96분
영화정보: http://nuclearnation.jp/en/
– 아샨티 시, 예일대학교 (Ashanti Shih, Yale University)
– 번역 박대인 (translation by Dae In Park)